이 글은 그 동안 골조화된 교리적 성경관에 맹신적으로 길들어져 있다가 본인의 글을 읽고 성경관에 혼란을 겪으면서 질문해 오신, 건설적이고 지성적인 어느 평신도의 물음에 답하는 글로 작성되었습니다. 바라기는 이 글을 통해 구약과 신약과의 관계성, 삼위일체 신관이 정립되기 이전에 기록된 신약성서에 대한 21세기 정통 삼위일체론자들의 입장에서 가져야 할 그리스도인들의 성서관을 건설적으로 확립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참고로, 위에 혼용된 성경, 성서라는 표현에서 성경은 "영감받은 사람이 기록한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을 강조하는 것이며 성서는 "영감받은 사람이 받아 기록한 말씀"을 강조합니다. 다시 말하면, 성경은 "주어진 말씀"을 나타내는 표현이며 성서는 "기록한 말씀"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영어의 Bible과 Scripture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구약이 예수의 탄생을 예고했다”고 볼 때의 신앙적 치명타들
일반적으로 그리스도교인들은 구약과 신약을 동등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므로 구약이 신약의 메시야인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고했다고 보는 견해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 결과 ‘구약은 예수의 탄생을 예고한 적이 없다’는 필자의 입장에 대해 “구약을 성서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 구약에서 예고된 신약의 메시야인 그리스도를 부정하는 것이냐, 성경을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으로서가 아니라 종교적인 문학적 작품으로만 보는 자유주의적 태도가 아니냐, 일반 종교학자라면 몰라도 그리스도교의 목회자로서 그것은 잘못된 성서관이 아니냐”는 등의 부정적인 비난을 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단순한 시각이 그리스도인들의 구약성서관을 나타내는 골조화되고 경직된 교리적인 확신으로 자리 잡을 때 신앙적인 치명타를 끌어안고 우왕좌왕하거나 믿음으로 해결하면 된다거나 아니면 어물거리면서 넘어가게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약이 신약의 메시야인 예수, 구약에서 “오실 그 이”로 예고된, 그래서 “오신 그 이”로 고백되는 신약의 예수가 그리스도교의 메시야라고 주장하길 원한다면, 혹은 구약은 신약의 메시야인 예수의 탄생을 예고했다는 단순한 확신을 변함없이 견지하길 원한다면 아래의 질문들에 대한 분명하고도 확신에 넘치는 “자신의 답”을 설득력있게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1. 구약은 처음부터 그리스도교의 경전이었는가?
구약은 의심할 수 없는 그리스도교의 경전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나 다 구약을 통해 자신을 나타내신 하나님과 구약에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가감없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게도 구약은 처음에 그리스도교의 경전이 아니었다. 구약은 그리스도교가 이 땅에 생겨나기 전에 이미 유대교에 먼저 주어진 유대교 경전이다.
그러므로 구약은 처음부터 그리스도교의 경전이었는가에 대한 당신의 답변이 확실하지 못하면 그것은 그 만큼 당신의 그리스도교 신앙인으로서의 당신의 신앙적 정체성이 부실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2. 구약이 그리스도교의 경전임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할 때 그것은 유대교인과 같은 입장에서 구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는다는 의미인가?
구약은 유대 전체 민족을 향해 주어졌던 하나님의 말씀이다. 다시 말하면 국교가 유대교였던 유대인들에게 먼저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인다고 할 때 유대교인과 같은 입장에서 받아들인다는 뜻인지, 아니면 구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기는 하되 유대교인이라거나 유대인이 아니기 때문에 유대인교와 같은 입장일 수는 없다는 뜻인지를 분명하게 표현해야 한다.
이것은 아래 3번의 질문,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당신의 그리스도교 신관과 연관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3. 그리스도교는 유대교를 형제 종교로 보는가? 타종교로 보는가?
구약을 경전으로 삼는 유대교에는 삼위일체 신관이 없다. 물론, 그리스도교의 경전 중 신약에도 삼위일체 신관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조직신학적인 차원에서 볼 때 강력한 암시가 신약의 본문을 통해 나타나는 것으로 간주될 뿐이다. 하지만 정통 그리스도교인들은 유대교와는 달리 삼위일체 신관에 입각하여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한다.
그런데, 아버지 하나님의 말씀으로 되어 있는 구약이 “내 아들을 메시야로 보내겠다”는 식으로 “하나님의 아들 예수”의 탄생을 예고했다면 그리스도교는 유대교와 형제종교라는 말인가, 아닌가? 형제종교라면 감리교, 장로교, 성결교, 침례교로 분류되는 개신교적인 의미를 말함인가, 아니면 구교와 신교와 같은 그런 유형의 관계를 말함인가?
만일 당신이 그리스도교와 유대교는 형제종교라고 할 때 아래 5번의 문제가 제기된다. 당신이 그리스도교가 유대교를 배경삼기는 하지만 그리스도교와 유대교는 전혀 형제관계가 아니라고 할 때 유대교는 그리스도교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타종교가 된다. 그렇다면, “구약이 ‘내 아들을 메시야로 보낸다’는 식의 예수의 탄생을 예고했다”고 볼 때 당신은 타종교가 타종교의 메시야를 예고했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4. 신약편저자들의 구약에 대한 입장을 볼 때 21세기의 그리스도인들의 구약에 대한 입장은 어떠해야 하는가?
위의 3번에 대한 당신의 입장이 부정확하거나 의견진술이 미미하거나 논리적인 자신감이 떨어질 때 당신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신약의 편저자들이 구약을 인용하면서 신약의 메시야인 예수가 구약에서 예언된 바로 그 분이라고 주장한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이에 대해 위의 질문 3번을 참고하면 이렇다. 신약 펀저자들은 아직, 그리스도교라는 별도의 종교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유대교에서 그리스도교가 완벽하게 분리되어 나오기 이전, 유대교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유대교내 그리스도파인들로서 정통을 주장하는 유대교로부터 이단 취급을 받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유대교의 경전이 말씀하는 메시야가 바로 예수라고 주장할 수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고 그들은 그렇게 구약을 해석할 수 있는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 관점이 바로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그리스도 중심 관점”이라는 시각이다. 바로 이 시각을 통해 구약을 들여다보고 거기서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발견한 사람들이 신약편저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눈을 갖지 못한 유대인들은 자신들을 ‘정통’ 유대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리스도 중심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이단 취급했던 것이다. 급기야 1세기 말로 접어들면서 유대교내 그리스도파인들은 유대교와 전혀 무관한 그리스도교를 창건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여기서 당신이 주의해야 할 사안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당신의 현재 입장이 1세기 때의 신약편저자들과 같이 유대교내에 속해 있던 그리스도파인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삼위일체 신관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또 하나는 신약편저자들이 구약을 인용하면서 ‘말씀이 응했다’는 식으로 구약의 예언이 신약에서 이뤄졌다고 말할 때 그것은 “구약이 이전에 신약에서 일어날 사건을 미리 말했고, 신약은 구약에서 말했던 그대로 이뤄진 사건을 기록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위에서도 언급한 대로 그것은 “그리스도 관점”이라는 시각을 갖고 구약을 들여다볼 때 발견된 사실을 그와 같이 표현한 것으로서 유대인을 상대로 예수의 그리스도 되심을 효과적으로 증언하기 위해 사용한 유대인 상대용 선교, 또는 전도 용어였다.
만일, 당신이 “구약은 예고, 신약은 그에 따른 성취”라고 주장한다면 당신은 구약에도 없고, 신약에도 없는 “비성경적 숙명론자”일 뿐이다. 이 숙명론을 성경의 예정론적으로 변질시켜서는 안된다. 예정이란 결코, 예고된 그대로 반드시 그렇게 성취되는 숙명이 아니다.
5. 구약을 신뢰하는 그리스도인은 구약에 나타나는 유대교의 구원관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위에서 말한 대로 구약은 그리스도교인에게 하나님의 말씀인 경전으로 주어지기 이전에 벌써 유대인들에게 경전으로 주어진 유대교 경전이다. 여기에는 유대인들을 위한 하나님의 구원하심에 관한 기록들로 가득하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당신은 유대교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으로 주어진 구약에 나타나는 구원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구약을 그리스도교의 경전으로 받아들이는 그리스도인의 입장에서 볼 때 구약의 구원관과 신약의 구원관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것은 위의 질문 3번과 긴밀하게 연관된다. 따라서 3번에 대한 당신의 대답 여하에 따라 형제종교로서의 유대교의 구원을 인정할 것인지, 타종교로서의 구원을 인정할 것인지가 나타날 것이다. 만일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구약은 신약의 예수 탄생을 예고했다”고 주장하는, 구약을 매우 소중히 여기는 당신의 입장에서 유대인들에게 먼저 주어졌던 구약에 기술되어 나타나는 구원에 관한 기록들을 그리스도교의 구원론 입장에서 설명해 보라.
이에 대한 그리스도교인의 입장이 분명할 때 당당하게도 ‘구약은 신약의 메시야인 예수의 탄생을 예고했다. 뿐만 아니라 신약의 메시야인 예수는 구약에서 예고한 그대로 사셨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필자의 입장에 대해서
그러나 필자는, ‘구약은 신약의 메시야인 예수의 탄생을 예고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이런 시각을 가질 때 비로소 진정한 21세기 정통 그리스도인 입장에서 구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며 신약과 동등하게 구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사랑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의 입장을 분명하게 파악하지 못한 독자들로서는 필자의 이런 입장이 구약을 부인하는 것으로만 보이기 때문에, 혹은 구약성경을 신약성경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입장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구약을 신약과 동등하게 사랑한다고 하는 것인지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관하여 ‘구약은 신약의 메시야인 예수의 탄생을 예고했다’고 주장하는 이들, 필자가 보기에는 그런 주장을 하므로서 신앙적인 치명타를 안고 있는 이들이 위의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하는지를 본 후에 필자의 입장을 내 놓는 것이 순서일 것으로 생각한다.
바라기는 이 자리를 통해 21세기 정통 그리스도교인임을 자부하는 이들의 분명한 성서관(특히 구약과 신약과의 관계성)이 정립되길 기대한다. |